320x100 가족3 아량이 넓은 딸 엄마는 고등학교 시절 빨간 양말에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멋쟁이였다. 내 기억에도 엄마는 언제나 빨간 립스틱을 바르고 예쁘게 단장한 모습으로 외적인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 예쁨 속에 언제 터져 나올지 모르는 울화가 숨어있었다는 걸. 엄마는 젊은 시절, 아주 히스테릭한 사람이었다.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지만 둘째 이모가 아기 때 몸이 약해서 죽고 둘째로 자라면서 억울한 일을 많이 겪은 듯했다. 집안이 어려웠던 것은 아니지만, 몸이 약하고 시력을 잃어가던 할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하는 것도 모자라 농사일이 바쁜 시기가 되면, 할아버지의 명령으로 학교를 빠지고 일을 해야 했다. 엄마는 큰 이모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에 욕심쟁이라서 자기만 고생한 거라고 비난하곤.. 2021. 12. 6. 친오빠 우리 오빠는 나보다 나이가 두 살 많고 학년은 3학년 위다. 어려서부터 나는 유독 오빠를 따랐는데, 오빠도 내 손을 꼭 잡고 친구들과 총놀이를 하러 다닐 만큼 나를 많이 아꼈다. 오빠 친구들 사이에서 나는 껌딱지로 유명했고 심지어 오빠 유치원에 따라가서 대문에 매달려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진상짓을 자주 했다. 오빠가 당시 6살이면 난 4살에 불과했을텐데도 그때의 기억과 감정이 매우 생생하다. 오빠 손을 잡고 들어갈 때 안쓰러운 눈망울을 하시며 날 바라 보던 유치원선생님 ㅠㅠ (얄미웠을지도) 나랑 이름이 같던 오빠의 첫사랑 (얄미웠을지도) 아무튼 이러한 우애는 참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우리 가족은 오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해에 깡촌에서 시내로 이사를 하였다. 오빠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했었어도 나의.. 2021. 11. 19. 마흔한 번째 생일 오늘 생일이랍시고 아버지한테서 문자를 받았다. 엄마, 언니, 친구한테서도 문자를 받았지만.. 일하는 와중에 눈물이 핑 돌아 직원들 앞에서 눈물을 참느라 혼났다. 생일 축하한다. 동료들의 축복받는 모습 보니 행복을 느끼네. 사랑한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 파킨슨병이 진행 중이라서 손이 떨리고 움직임도 둔해 스마트폰의 작은 키들을 터치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도 늘 그렇듯 나에게 사랑을 전해주셨다. 앞으로 얼마나 아버지의 문자를 받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핑 돈다. 2021. 11. 2. 이전 1 다음 320x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