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는 홍차 시폰 케이크이다. 특히 얼그레이 찻잎이 콕콕 박혀있는 시폰 케이크는 눈물 날 만큼 좋아한다. 달지 않은 생크림과 촉촉한 시폰의 촉감, 그리고 은은한 홍차 향기. 케이크를 한입 떠 물고 진한 블렌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 윽 소리가 날만큼 맛있다. 맛있다는 말은 이럴 때 써줘야 한다.
만약에 다음 봄날에 도쿄에 있을 수만 있다면 츠바키야커피점에 들러 벚꽃 시폰 케이크와 스페셜티를 맛보고 싶다.
나는 지금 디저트 오지에서 생활한 지 5년 차이고 직원들의 생일파티에는 항상 케이크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처음 이곳에 와서 케이크의 비주얼을 보고 떠올랐던 건 크레용과 빤짝이 물감이다. 가끔 달달한 계란 노른자를 빼곡히 넣은 케이크가 나오기도 하는데 직원들은 맛있다고 난리다. 특별한 날에는 커다란 푸딩에 코코아 가루를 뿌려 티라미스라고 불리는 케이크와 전체가 젤라틴인 푸딩이라고 불리는 케이크를 준비하기도 하는데 먹어도 솔직히 익숙해지지 않는 맛이다. 현지에서 직원들과의 유대관계는 굉장히 중요하므로 지금까지 나는 약 60조각의 야메 케이크를 감탄과 적절한 리액션을 섞어가며 맛있는 척 먹어왔다.
한 번은 직원들을 위해 직접 공수한 녹차 시폰 케이크와 생크림, 앙금을 준비해 회사에 가져간 적이 있는데 놀라울 정도로 인기가 없어서 크게 낙심한 적이 있다. 케이크를 만드신 분은 일본의 유명한 카페의 사장님이셨고, 내 딴에는 '드디어 케이크다운 케이크를 먹여보는구나'하며 맛있다고 호들갑 떠는 직원들의 모습을 기대했었는데 말이다. 그리하여 그 일을 계기로 내 입에 맞는 케이크에 대한 기대는 고이 접어 가슴 한구석에 넣어두게 되었다.
그렇게 맛있는 케이크가 좋으면 조각을 사서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딘가에는 그런 케이크가 있을 것이다. 있었으면 좋겠다. 아직 찾지 못한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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