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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wning

리어카 목마 1984-1985

by awn 2021.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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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은
이 놀이 기구를 기억할 것이다.

어디선가 익숙한 동요 소리가 들려오면
귀가 번쩍해서는
곧장 엄마에게 달려가,
"엄마, 백 원만!!!"

날이면 날마다 오는 리어카가 아니었다.
동전이 떨어질까 주먹을 꽉 쥔 채
마을 한 귀퉁이로 부리나케 달려간다.

마음이 급한 날은
목마 손잡이를 까치발로 겨우 쥐고 나서
발판에 발을 올려보려 안간 힘을 써보지만
스프링에 고정된 말이 마구 휘청거려
쉽지가 않았다.

발을 동동 구를 때 아저씨가 다가와
만세 포즈를 취하면
하늘로 번쩍 날아 올라
말 위에 착지를 할 수 있었다.
골든 타임은 10분.

동네 꼬마들은 다들 질세라,
말에 오르기가 무섭게 동요의 리듬에 맞춰 방방 뛴다.
흥분하면 엇박이 나기 때문에 다시 숨을 고르고 방방 뛴다.

이렇게 멈추고 뛰기를 반복하다 보면
아저씨의 눈치를 슬슬 살펴야하는 시간이 성큼 다가온다.

아저씨가 날 잊어버렸으면...
하고 내심 기대도 해보지만
아저씨는 늘 잊지 않고
"다음에 또 올 테니 너도 꼭 또 오렴, 약속~" 하셨다.

지면에 발이 닿으면
두 다리가 또 다시 무거워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폴짝폴짝 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리어카 목마는
당시 최고로 핫한 놀이기구였음에 틀림이 없었지만,
1986년 시내로 이사한 후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나는 내 볼 빨간 어린 시절
목마 위에 앉아 뛸 준비를 하던 그 씩씩한 꼬마를
여전히 기억하고 사랑하고 있다.



알록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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