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토요일 아침이었다.
새벽에 급히 걸려온 업무 전화를 받으며 비몽 사몽 거실로 나와 햇볕을 쬐기 위해 베란다 쪽으로 걸어갔다.
‘윽!’
코를 찌르는 이상한 냄새에 잠이 확 깨며 전화에 집중하려 했던 내 노력이 순식간에 수포로 돌아갔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 없었다. 1평 남짓한 멍멍이 화장실에 무른 변이 여기저기 가득했던 것. 순간 나 몰래 멍멍이 말고 또 누가 사나 싶을 정도로 촘촘히 가득 누어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총 4차례에 걸쳐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아, 그러고 보니 어젯밤 잠들기 전이랑 아까 새벽에도 잠깐 자리를 비웠던 것 같아’
그렇다. 나는 잠결에 멍멍이가 평소와는 다르게 어딘가를 향해 바삐 가려는 움직임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화를 끊자마자 나는 멍멍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멍멍이는 그 좋아하는 치즈도 입에 대지 않고 오전 내내 잠만 잤고 그 사이 나는 수의사에게 연락해 진료를 예약해 두었다. “변을 보아하니, 소장 쪽이 문제인 거 같아요. 급한 거 아니니까 업무 보시고 오후에 오세요.”
예전에 한번, 생식 시작한다고 생닭을 줬다가 설사를 하고 피똥을 싼 적이 있는데(그 이후로 주식은 동결건조) 이번에는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건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음… 아무래도 음식이 문제였던 거 같아요. 얘, 유치원에서 다른 애들 밥 뺏아먹는다고 하셨죠? 그래서 과식을 했을 수도 있고요. 설사의 원인은 아주 다양하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말짱한 걸 보니 괜찮아 보여요. 아프면, 골골대지 이렇게 말짱히 있기가 힘들거든요. 약 3일 치만 지어드릴게요.”
이렇게 약을 3일 치 먹이고 설사는 거짓말처럼 나았다.
멍멍이가 건강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 내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 재택근무로 전환하게 되었다. 멍멍이도 유치원을 가지 않으니, 오랜만에 집에서 릴랙스 하는 중에 갑자기 구토와 함께 오전에 먹은 오리 근위를 도로 뱉어 내었다. 문득, 지난 9일 날 배송받은 수제간식이 떠올랐다. 원래는 바싹 건조가 되어 오는데, 이번에는 약간 말랑한 상태로 배송이 되어왔던 것이다.
‘설마…’
일단은 물어나보자는 심정으로 간식 집에 연락을 해보았다.
“냉장 보관하셨어요? 사진 좀 보내주세요.”
“건조기를 바꾸면서 문제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건조가 조금 덜 된 게 맞아 보여요. 죄송합니다. 근위 자체는 건조가 덜 되어도 먹는데 문제는 없는데 냉장 보관으로도 금방 상합니다. 남은 건 버리시고 다음에 새 거 가져다 드릴게요.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데 같은 해외살이하면서 까다롭게 굴지 말자 싶어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그다음 날, 멍멍이는 혈변을 누기 시작했다. 저번 주와 마찬가지로 에너지가 넘치면서 종일 우다다와 피가 섞인 설사와 실똥을 번갈아 싸고 다녔다.
'혹시, 져키도?'
그렇다. 져키도 마치 집에서 오븐에 말린 것처럼 부드러운 상태로 배송이 되었고 개봉하고 일주일 만에 색과 냄새가 변해있었던 것. 그 순간 내 스스로를 얼마나 자책했는지 모른다. 눈은 뒀다 뭐했나 싶었다. 그리고 갑자기 뒷북심이 생겨 간식집에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못 받아요. 카톡으로 주시겠어요’라고 카톡이 왔다. 운전 중이었을 수도 있고 골프를 치고 있었을 수도 있다.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닌데도 나는 그냥 막 부아가 치밀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스스로에게 화를 내고 싶었던 것 같다.
일단 진정을 하고 카톡으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져키 사진도 보내고, 걱정 사항도 전달했다. 그 무엇보다 간식집의 메인장비인 건조기를 바꾸면서 건조상태를 확인도 안 하고 제품을 만든 다는 게 말이 안 됐다.
“말씀 주신대로 모두 제 불찰입니다. 전량 다시 확인하고 검수 더 꼼꼼히 진행할게요. 속상하신 마음 조금도 덜해지지 않을 것을 알지만 제품 금액, 통원비와 병원비 일체를 보내드리고 싶은데 괜찮으실까요?"
오후에 병원에 다녀오고 나서 간식집에 연락해 병원비와 제품 금액을 보상받았다.
수제간식이 좋기는 좋다. 재료도 그렇고 신선도도 그렇고 신뢰할 수 있는 가게가 있다면, 안 먹일 이유가 없다. 사실은 예전에는 만들어 먹였다. 져키는 컨벤션 기능이 있는 오븐을 사용하면 충분히 흉내 낼 수가 있다. 일단, 병원에서 간식을 당분간 먹이지 말라고 하셨으니 나도 멍멍이도 잘 견뎌야 한다.
( 유투브로 개훌륭 보면서 포스팅 중인데, 종일 혼자서 견주 기다리는 강아지 나옴. 너무 불쌍..ㅠㅠ 아 눈물 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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